[호남도민신문]광주광역시는 오랫동안 민주와 인권의 이름으로 불려 왔다. 그러나 지금의 광주는 그 이름만으로 버티는 도시다. 산업은 멈춰 서 있고, 사람은 떠나며, 도심은 비어가고 있다. 위기는 갑자기 닥친 것이 아니다. 변화의 신호를 수년간 외면한 결과다. 더 이상 광주는 “과도기”라는 말로 스스로를 변명할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다.

도시의 경제는 방향을 잃었다. 기존 제조업은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산업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이기보다 현상을 유지하는 선택이 반복되면서, 도시의 성장 엔진은 서서히 꺼졌다. 일자리가 줄어들자 청년들은 가장 먼저 떠났다.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이는 도시가 제공하지 못한 미래에 대한 집단적 반응에 가깝다.

인구 감소는 통계가 아니라 판결이다. 광주는 더 이상 선택받는 도시가 아니라는 냉정한 평가를 숫자로 확인하고 있다. 생산 가능 인구가 빠져나가고 고령 인구 비중이 높아질수록, 도시는 경제적 활력을 잃고 재정 부담에 짓눌린다. 이 흐름을 방치한다면 광주는 스스로를 유지하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도시 공간도 같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 구도심은 삶의 기능을 상실한 채 비어가고 있고, 상권과 공동체는 함께 붕괴되고 있다. 도시 재생이라는 이름의 정책은 반복됐지만, 정작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공간을 손보는 데에 그친 정책은 도시를 살리지 못했다.

광주는 문화 도시를 자처하지만, 문화는 여전히 행사와 기념에 머물러 있다. 문화가 산업과 연결되지 못하는 순간, 도시는 과거를 소비하는 장소로 전락한다. 광주의 정신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다.

문제는 대책의 부족이 아니라 결단의 부재다. 정책은 많았고 계획도 넘쳤지만, 도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분명한 방향은 제시되지 않았다. 단기 성과에 집착한 행정은 반복됐고, 실패에 대한 책임은 흐려졌다. 그 사이 시민의 신뢰는 조용히 소모됐다.

이제 광주에 필요한 것은 미봉책이 아니다. 공공이 관리하는 도시에서, 민간과 시민이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할 수 있는 도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을 붙잡기 위한 지원책이 아니라,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인구 정책은 출산 장려 구호에서 벗어나 일자리·주거·문화가 연결된 정착 전략으로 바뀌어야 하며, 구도심은 보호 대상이 아닌 실험 공간으로 다시 설계돼야 한다. 광주의 정신은 기념비가 아니라 산업과 교육, 콘텐츠 속에서 살아 움직여야 한다.

도시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선택받지 못한 도시는 빠르게 잊힌다. 광주가 상징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다시 선택되는 도시로 돌아올 것인지는 지금의 결정에 달려 있다. 지금 바꾸지 않는다면, 광주의 미래는 더 이상 현재형으로 쓰이지 않을 것이다.